2014. 12. 4. 06:27
외국계 IT 기업, 한국내 IDC 설립 ‘간만 보는 이유’ News/IT.인터넷2014. 12. 4. 06:27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IT 기업들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의사를 밝힌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구체적인 시기, 방법 등을 밝힌 곳은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왜 망설이고 있을까.
SAP, 마이크로소프트(MS), 다쏘시스템, IBM소프트레이어, 아마존웹서비스(AWS).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겠다고 하거나 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업체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 장소 등을 공지한 바는 없다.
MS가 대표적이다. MS는 올 초 국내 건설사들을 상대로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한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채용공고를 통해 부산에서 근무할 데이터센터 PM(프로젝트 매니저)을 모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MS는 관련 지자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만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AP와 다쏘시스템 등이 국내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다쏘시스템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설립을 검토하고만 있다는 입장이며, SAP코리아 측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검토가 오보라고까지 반박했다.
발전속도 느린 국내 클라우드 산업
이처럼 글로벌 IT기업들의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이 지연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클라우드 시장 규모와 더딘 성장률을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클라우드 산업 발전이 더디다.
이는 지난 11월 방한한 펫 갤싱어 VM웨어 CEO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은 가상화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가상화와 클라우드 발전이 더디다”고 말했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는 2530억원으로 오는 2017년 4882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566억달러(약 62조원)으로 매년 22.8%씩 성장해 4년뒤에는 1270억 달러(약 14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국내 시장 상황이나 규모만을 염두 해 두고 설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근의 중국이나 일본, 넓게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국내 시장 규모를 따질 이유는 없다.
협상용 시간끌기
또 다른 이유는 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기 위한 ‘협상용 시간끌기’라는 분석이다. MS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며 다양한 조건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기세 혜택과 토지비용 등을 요구하는 등 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MS가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5월 중 확정하려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산업부의 입장은 다르다. MS측이 산업부에 직접 연락을 해 온 것은 맞지만 특별한 조건을 정부에 요청하거나 데이터센터 설립시기 등을 확정한 바는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MS와는 여전히 데이터센터 설립에 관해 협상 중”이라며 “보다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조급해 하지 않고 협의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마지막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결정 과정에서 전기요금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데이터의 보안성이다. 실제 이를 이유로 구글은 지난 2011년 한국을 외면하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 3곳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구글이 데이터센터 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전력의 효율성이다. 때문에 구글은 핀란드 등 차가운 기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서 한국은 외면한 채 평균 온도와 습도가 높은 동남아 지역을 선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기밀성과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데 국내에서는 안보를 이유로 이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 정부는 ‘국가 데이터 안보 확보’를 내세우고 있어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은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클라우드 발전법(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을 개정해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IT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클라우드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만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에 맞지 않는 정부 정책으로 외국 기업 유치에 오히려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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