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0

« 2025/4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위기의 시스코] ②저가입찰 악순환…파트너사만 멍든다
제목 없음

 

네트워크 최강자로 불리는 시스코시스템즈가 불안한 미래 앞에 흔들리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직원을 꾸준히 감원하고 있지만 실적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와 신흥시장에서의 이익은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곧 시스코코리아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경을 딛고 쇄신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체 프레임에 갇힌 채 쇠퇴할지 시스코의 앞날이 궁금하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유진상] 시스코의 덤핑에 가까운 입찰 공세로 인해 네트워크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시스코의 정책은 수익성 하락은 물론 파트너사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인 시스코코리아가 올 들어 실시된 일부 입찰 경쟁에서 가격인하를 넘어 덤핑 수준의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정상적인 입찰관행을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국내 인터넷 업체 B사가 실시한 스위치 입찰에서 시스코코리아는 덤핑에 가까운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는 “시스코코리아가 일반 제품 공급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을 낮게 써내는 바람에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있었던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업체 N사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네트워크 장비 공급 경쟁에서도 시스코가 최저가를 써내면서 경쟁업체들을 손쉽게 따돌렸다. 업계에서는 시스코가 제시한 가격은 관행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당시 이 포털 사이트의 데이터센터는 3~4개 층에 서버가 들어갈 정도의 규모에 백본스위치를 제외하고라도 L2스위치만 2000~3000대를 공급해야 할 만큼 컸다”며 “대규모 물량이어서 실적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준가 이하로 공급해 시장을 혼탁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시스코가 모든 입찰경쟁에서 이 같은 저가 전략은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코가 이미 고객사로 확보해 놓거나 공공부문과 같이 일회성에 국한된 경우는 예외다. 이러한 곳은 시스코가 100%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저가공세를 펼치지는 않는다. 반면 신규입찰이거나 정상가로 수주하기 어렵다고 보면 덤핑 수준으로 과감하게 가격을 낮춰 입찰에 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스코의 텃밭인 통신업계의 경우 더욱 심하다. 저가 공세를 넘어 거의 ‘기증’에 가까운 가격으로 입찰에 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통신사는 지난해 1000억원대 규모의 콜센터 통신인프라고도화사업(IPT)을 진행하며 장비를 모두 시스코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교환기와 UC(Unified Communications)장비, IVR(Interactive Voice Respnse), CTI(Computer Telephony Intergration) 등을 모두 포함한 대형 사업이어서 '일단 먹고보자'는 식으로 무리하게 사업이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당초 경쟁입찰을 추진했던 이 사업은 시스코 측의 기증에 가까운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수의계약으로 바뀌었다. 한 업체 대표는 “경쟁입찰 준비를 하는 도중 해당 통신사로부터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수의계약으로 바뀐 배경설명이 전혀 없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시스코코리아의 저가 입찰은 국내 파트너사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스코는 경쟁업체가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실제 영업을 펼치고 있는 파트너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코의 무리한 저가 수주로 파트너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거의 노마진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 시스코코리아의 골드 파트너사 중 2곳은 무리한 저가 수주로 인해 시스코의 영업을 포기하고 경쟁사의 제품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코 채널사 관계자는 “시스코코리아는 정책으로 인해 마진이 떨어지고 이탈고객까지 발생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타사의 제품으로도 영업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코리아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침체와 정경원 대표의 무리한 실적 올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의 핵심사업인 라우터•스위치가 포함돼 있는 유선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여기에 라우터는 주니퍼, 스위치는 익스트림네트웍스•아리스타네트웍스•국내업체 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스코는 이제 더 이상 네트워크 시장에서 군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존 사이트를 유지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원 시스코 대표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의 경우 저가 정책을 펼치는 것 말고는 운신의 폭이 좁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네트워크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새로운 수장에 오른 정경원 대표는 어떻게든 실적을 보여줘야 했을 것”이라며 “이익보다는 눈에 보이는 매출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시스코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스코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리스자금 지원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며 “시스코가 국내 네트워크 시장을 독점한다면 그 피해는 고객사에게 그대로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co.kr


:
Posted by God S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