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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최강자로
불리는 시스코시스템즈가 불안한 미래
앞에 흔들리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직원을 꾸준히 감원하고 있지만 실적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와 신흥시장에서의 이익은 감소했다. 이러한 흐름은 곧
시스코코리아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경을 딛고 쇄신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자체 프레임에 갇힌
채 쇠퇴할지 시스코의 앞날이 궁금하다. <편집자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위치한 시스코 본사(사진 = 시스코)
[미디어잇 유진상]
글로벌 네트워크 공룡 ‘시스코’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2014년 회계연도에 3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결국 마이너스 실적으로 마감했다.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성과급을
삭감했다. 인력 감원 발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국내에서 실적
달성이라는 미명 아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협력업체의 ‘고통분담’을
의미한다. 기술 측면에서도 시스코가 더 이상 기술 기업이 아닌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과거의 기술을 마케팅으로 포장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술을
마케팅으로 포장만 해
지난 12일 시스코는
2015년 회계연도 1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122억 달러였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일반회계기준(GAAP)으로는 8.4%
감소한 18억 달러, 비일반회계기준(non-GAAP)으로는 전년동기대비 2.3% 떨어진 28억
달러다.
특히 시스코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신흥시장에서의 실적이 크게 후퇴했다. 중국에서
33%, 아태지역에서 12%, 신흥시장에서 6% 이익이 줄었다.
이는 비단 한 분기만의
실적이 아니다. 시스코는 2014년 회계분기에도 3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4 회계연도의 경우 업체는 당초 매출 목표치로 495억 달러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471억 달러에 그쳤다. 1년전과 비교해 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목표치인 140억
달러에 못미친 134억 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5년간 직원 2만여명 해고
실적 부진은 존 챔버스
CEO의 성과급 삭감은 물론 감원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에 전체
인력의 8%인 6500여 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등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 확보라고 포장했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스코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시스코가 지난 5년간
해고한 직원만 2만여 명이다.
시스코 본사의 구조조정 여파는
시스코코리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시스코코리아는 비디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보안 솔루션 관련
인력 130여 명 가운데 영업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인력에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게 일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스코코리아는 매
분기 실적 하위 10% 정도를 구조조정해 왔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좋은 직원도 퇴출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네틱스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통신장비 부문에서 시스코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08년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3년에는 35% 정도에
그쳤다. 반면 화웨이는 10%에서 15%로, ZTE도 2%에서 7%로 늘었다. 시스코의 점유율을
중국 업체들이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
▲시스코
점유율 변화 추이. 통신사에 판매한 시스코의 라우터 장비 점유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도표 = 블룸버그).
인포네틱스
리서치는 “화웨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이 지역들은 시스코가 시장을 잃고 있는 곳”이라며 “지난 5년간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ZTE 역시 시스코의 이익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저가 공세, 수익성 저하 ‘악순환'
시스코코리아는 지난해 유한회사로 전환해 실적을 외부에 공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 시스코의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점유율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스코코리아
협력업체에 따르면, 시스코코리아는 매출 목표를 달성했지만 수익성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직접적인 요인은 무리한 저가 영업이다. 네트워크 업계에서는 시스코코리아가
역마진에 가까운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국내 인터넷
업체가 실시한 스위치 입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스코코리아가 기존의 일반적인
제품 공급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을 낮게 써내 결국 입찰을 포기했다”며 “최근
시스코코리아는 수주가 100% 확실한 사업을 제외하면 덤핑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입찰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저가 입찰이 아시아시장의 영업이익
하락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대표(사진 = 시스코)
‘내우외환’
정경원 대표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라
업계에서는 앞으로
2~3년이 시스코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위치, 라우터
등 기존 주력 사업에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등의 신사업으로
전환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코의 미래는
체질 변화와 시장의 변화 사이의 시간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악화되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의적절하게 찾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시스코코리아의 경우 구조조정이라는 내부의 혼란과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라는 외부의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내우외환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시스코코리아의 정경원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시스코코리아 대표들의 전력에서 문제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초대
지사장 이후 시스코 비즈니스를 해본 경력이 없는 인물들이 지사장을 역임해 왔다.
특히 본사가 검증해 지사장 자리에 앉힌 인물들은 채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지사장이 외부에서 영입되면 조직은 재정비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로운 외부 인력들이 충원되고 자리를 잡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된
대표는 시스코 비즈니스 경험 부족으로 인해 지사를 잘 이끌지 못하거나 채널
파트너사와의 마찰, 신임 등의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정경원 대표 역시
지난 해 시만텍코리아 대표를 엮임하고 외부로부터 영입된 사례다. 그 역시 지사장에
역임된 후 조직을 재정비했다. 최근에는 보안에 집중하기 위해 과거 시만텍코리아의
인물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우외환 속에 정경원 대표의 리더십이 시스코코리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관심거리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co.kr